아파트나 연립주택, 다세대 주택에서 살다 보면 매달 관리비 고지서에 적혀 있는 ‘장기수선충당금’ 항목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전세계약이 끝나고 이사를 가는 시점이 되면, 이 금액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그리고 정산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장기수선충당금에 대해 집주인(임대인)과 세입자(임차인)가 각각 어떻게 부담하고, 정산해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상세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장기수선충당금, 왜 문제가 되는 걸까?

장기수선충당금은 원래 건물의 유지·보수를 위한 적립금으로,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 일정 기간 동안 필수로 적립하는 항목입니다. 매달 관리비에 포함되어 청구되지만, 이는 단순 소비성 비용이 아닌 ‘미래에 쓸 돈’을 미리 적립해두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거주자(세입자)가 낸 돈이 실제로는 나중에 거주할 사람(다른 세입자나 집주인)의 집을 고치는 데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 “나는 몇 년밖에 살지 않았는데, 엘리베이터 교체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나요?”
  • “집주인은 아무것도 안 내고 세입자가 다 내는 구조가 불공평하지 않나요?”

법적으로 누가 내야 하는 걸까?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장기수선충당금에 대한 명확한 법률상 책임 주체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대신 민간 계약인 전세계약 또는 월세계약에 따라 정산 여부가 결정되며, 통상적으로는 세입자가 납부하고, 나중에 정산하는 방식이 많이 쓰입니다.

🔹 임차인(세입자) 입장에서

  • 보통 매달 관리비에 포함되어 내지만,
  • 해당 금액은 집의 소유자인 집주인의 재산 유지에 사용되므로,
  • 계약 종료 시에 정산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 임대인(집주인) 입장에서

  • 장기수선충당금은 본인의 자산가치 유지를 위한 비용으로 인식되므로,
  • 세입자가 납부한 금액을 계약 종료 시 환급해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하지만 임대차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지 않으면 ‘관행’이나 ‘합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장기수선충당금 정산 방법

1. 계약 기간 내 납부한 금액 확인

우선 세입자가 해당 주택에 거주한 기간 동안 납부한 장기수선충당금의 총액을 계산해야 합니다. 이는 관리비 고지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달 장기수선충당금이 12,000원이고 총 24개월 거주했다면,

12,000원 × 24개월 = 288,000원

이 금액이 바로 세입자가 납부한 총액입니다.

2. 관리사무소에서 ‘장기수선충당금 납부내역서’ 발급

보다 정확한 계산을 위해 관리사무소에서 장기수선충당금 납부 내역서를 요청하면 도움이 됩니다. 이 문서에는 매달 납부된 장기수선충당금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정산 시 객관적 근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3. 집주인과 협의 또는 계약서 확인

가장 중요한 것은 계약서에 장기수선충당금 관련 조항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 명시되어 있다면 그 조항대로 정산하면 됩니다.
  •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관행적으로 환급 요청이 가능하되, 집주인이 반드시 환급해야 하는 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이 경우, 세입자는 관련 고지서와 납부 내역서를 바탕으로 정중히 정산 요청을 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 일부만 반환받거나 아예 정산이 거절될 수도 있습니다.

월세 세입자도 정산 받을 수 있을까?

전세든 월세든 장기수선충당금을 납부했다면 정산 요청이 가능합니다.

다만 월세의 경우, 월세 자체에 관리비를 포함하거나 별도 청구 방식 등 다양하기 때문에, 월세 명세서를 통해 장기수선충당금이 포함되어 있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실전 사례 예시

✔ 예시 1

84㎡ 아파트에 2년 전세 계약을 체결한 A씨는 매달 13,000원의 장기수선충당금을 납부. 총 24개월 거주 후 이사.

총 납부액: 13,000원 × 24개월 = 312,000원

관리사무소에서 내역서를 받고, 집주인에게 정산 요청하여 전액 환급받음.

✔ 예시 2

B씨는 월세로 1년 거주. 관리비에 장기수선충당금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계약서에 관련 조항 없음.

퇴거 시 집주인에게 환급 요청했으나, “세입자 몫”이라며 정산 거절당함.

계약서에 명시된 바 없고, 환급 의무도 강제성이 없어 법적 대응은 어려운 상황.

정산 시 팁

  1. 입주 전 계약서에 장기수선충당금 정산 여부를 반드시 기재하세요.
    → 예: “계약 종료 시 세입자가 납부한 장기수선충당금은 정산하여 반환한다.”
  2. 매달 관리비 고지서를 잘 보관해두세요.
    → 나중에 입증 자료로 사용됩니다.
  3. 관리사무소에서 내역서를 발급받아 증거를 남기세요.
    → 감정 싸움을 피하고, 수치로 정리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정리해보면

장기수선충당금은 단순히 매달 나가는 관리비 중 하나가 아니라, 결국 누가 부담하고, 누가 혜택을 보느냐에 따라 재산적 손실 또는 이득이 갈릴 수 있는 항목입니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계약서에 명확히 명시하거나 협의를 통해 서로 공정한 방식으로 정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세입자는 해당 항목이 미래를 위한 적립금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불필요한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전에 준비하고 정산을 요청하는 것이 현명한 퇴거 방법입니다.